[왓챠 영화] 아주르와 아스마르
와챠님의 이끌어 주심으로 보게 된 '미셸 오슬로' 감독의 에니메이션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보는 내내 영혼이 충만해진다. 화면을 색으로 꽉꽉 채우고 배경은 선대칭을 이루며 배타와 포용을 담는다. 문학적으로 멋진 표현이 있을 것 같은데 아쉽지만 모른다.
한 여인을 '유모'라 부는 금발에 파란눈의 아주르와 '엄마'라 부르는 흑발에 검은눈의 아스마르는 늘 싸우지만 함께이다. 같은 하얀 피부의 아버지는 파란눈의 아들을 검은 눈의 아이와 분리하여 훌륭한 문명인(?)으로 키우고 싶어 선생님에게 보내고 그동안 키워 준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따위 없이 아들을 망치기라도 한 것 처럼 유모와 아스마르를 쫒아 버린다. 오만한 백인들의 폭력이다.
다행히(!) 훌륭하게 성장한 아주르는 유모가 들려주던 이야기 속의 '요정 진'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데... 타이타닉 흉내내다가 파도에 휩쓸려 퐁당~ 이보시게 멋진 양반, 가오도 날씨 봐가며 잡는걸로 합시다요.
유모와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아아 모습이 왜 저런걸까? 그런데 또 파란 눈을 보자마자 기겁해서 달아나거나 돌을 던진다. '불행을 부르는 눈', '오지마~ 오지마~' '캬악~ 퇘~'
저토록 아름다운 파란 눈은 어떻게 '불행을 부르는 눈'이 되었을까?
'이 나라는 냄새도 안 좋고 온통 장애인 뿐이고 성격도 못 됐고 얼굴도 못 생기고 집들도 이상하고 들판도 엉망이잖아. 요정 진 이야기만 믿었었는데 유모말이 모두 거짓이었어. 괜히 목숨 걸었잖아.'
눈을 감아버린 탓에 많은 것들을 그냥 지나치게 된다. 너무나 아름다은 것들을. (눈을 떠! 이런 건 봐야지!)
뒤이어지는 모든 영상이 아름답다. 꼭꼭꼭 봤으면 좋겠다.
이 에니메이션은 백인의 시선으로 그린 유럽 백인들의 폭력에 대한 반성이자 비유럽(아랍 or 아프리카)의 아름다움일지도 모르겠다. 아주르의 아버지와 아주르를 등쳐 먹으려고 하는 노숙자에 자신들을 투영했을 것이다. 유모는 종교와 인종 그리고 편견을 넘어선 너그러움과 포용을 보여준다.
같은 감독의 작품 <키리쿠와 마녀>, <키리쿠 키리쿠>, <프린스 앤 프린세스>을 보았다는 것을 검색하다가 알았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는 보았지만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키리쿠 시리즈는 설화를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영상이었다. 다시 여기저기 뒤져가며 '미셸 오슬로' 감독의 작품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힐링이나 치유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오슬로 감독의 에니메이션은 '치유'의 영상이라고 거침없이 말 할 수 있다. 상처가 깊었던 어느해 도서관 한 귀퉁이에서 그림책을 보며 소리없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아름답고 슬픈 선과 아픈 이야기들이 나를 위로해 주었었다.
그림책은 어른들이 읽어야 한다.